
혼자 마셔도 좋고, 여럿이 마셔도 좋은 술. 기쁠 때 마셔도, 슬플 때 마셔도 어색하지 않은 술.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술'이라는 존재에 대한 찬사이자 고백록이다. 술에 대한 에세이라기보다는 술을 통해 바라본 자신의 인생 이야기,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술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는 작가의 고백은 많은 애주가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술을 예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술을 매개로 인간관계, 성장, 위로, 그리고 때로는 상처와 같은 삶의 다양한 국면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김혼비 작가는 술에 대한 첫 경험부터 시작해 일상 속에서 술이 갖는 의미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특히 "맥주는 일상이고, 소주는 위로며, 와인은 축제다"라는 구절처럼 각각의 술이 갖는 고유한 정서를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작가는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술과 함께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본다.
나 역시 술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술이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점에서 말이다. 퇴근 후 혼자 마시는 맥주 한 캔의 소소한 위안,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소주 한 잔의 따스함, 특별한 날 마시는 와인 한 잔의 축제감. 이 모든 순간들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작가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술은 가끔 나를 배신하지만, 나는 술을 배신한 적이 없다"는 구절은 술과의 복잡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술로 인한 실수와 후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술을 찾게 되는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솔직함이 돋보인다. 이는 완벽하지 않은 우리 삶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를 반영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작가가 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성장 과정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대학 시절 처음 마신 소주의 쓴맛부터 어른이 되어 즐기게 된 다양한 술들까지, 술의 변화는 곧 작가 자신의 변화이기도 했다. 이는 많은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술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김혼비 작가는 또한 술자리에서 드러나는 인간관계의 다양한 측면들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술을 통해 가까워지기도 하고, 때로는 술로 인해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다. "술자리에서는 평소 하지 못했던 말들이 흘러나온다"는 구절은 술이 가진 특별한 힘, 즉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하는 능력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작가의 진솔한 태도에 있다. 술을 사랑하지만 그 위험성도 인정하고, 술에 의존하는 자신의 모습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나는 술을 마실 것이다"라는 떳떳한 선언은 자신의 취향과 선택에 당당한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튼 술」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의 메시지를, 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술문화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술'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들여다보는 따스한 시선을 선물한다.
술은 때로 위로가 되고, 때로 축제가 되며, 때로는 성찰의 계기가 된다.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은 단순히 술에 관한 책이 아니라,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인생 에세이이다. 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타인의 술 사랑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음 한 잔의 의미가 조금 더 특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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