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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log/먹고 마신 것

해창 생막걸리 9도 : 프리미엄 막걸리의 시작과 끝.


Information

  • 제품명 ㅣ해창 생막걸리 9도
  • 종류 ㅣ전통주 - 탁주
  • 용량 ㅣ900 ml
  • ABV ㅣ9 %
  • 국가 ㅣ전라남도 해남군
  • 구입처 ㅣ카카오 선물하기 (2022.01.19)
  • 가격 ㅣ 30,800 KRW (9도 3병 set)

Tasting Notes

어느 지역이든 국내 여행을 가게 되면 그 지역의 술을 찾아본다. 일단 목적지에 도착해 근처 슈퍼마켓이나 하나로 마트에 가서 주류 판매대를 살펴보면 그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맛이나 향이 특출 나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은 막걸리가 많진 않지만, 그 지역에서 맛보는 그 동네의 술은 언제나 반갑다.

'해창 막걸리'는 수도권 식당에서도 최근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일단 식당 메뉴판에서 '해창 막걸리'를 발견하게 되면 제일 먼저 가격에 놀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보통 16,000원 이상의 가격이어서 가격만큼은 진짜 프리미엄급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생일에 나의 취향을 잘 아는 오랜 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해창 생막걸리 9도’ 3병을 선물로 받았다. 여러 전이 차려진 설 명절 저녁상에 막걸리만 한 아이템이 없겠다 싶어 마침 딱 맞춰 배송된 '해창 생막걸리 9도'를 꺼냈다.

병 모양은 일반적인 원통형의 막걸릿병이고, 라벨의 곳곳에 주조장의 모습과 몇몇 그림이 그려져 있다. 왠지 그림체가 어디서 본 듯한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해창막걸리'는 실제로 '허영만' 화백이 아주 사랑하는 막걸리 중 하나라고 한다. 생막걸리여서 유통기한 있는데, 9도 제품은 45일이다. 12도는 60일이라고 한다. 900 ml의 넉넉한 용량이라 온 가족이 다 같이 마시기 충분했다. 처가댁 식구들이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집에서는 주로 반주는 혼자 하는 편인데, 막걸리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편하게 다 같이 마셨다.

배송 후, 냉장고에 보관해 충분히 시원했고, 층이 잘 분리되어 있었다. '막걸리'란 이름은 '막 거른 술'이라는 의미로, 보통 발효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를 마치면 술은 맑은 부분과 아래쪽에 지게미(찌꺼기) 층으로 나뉘게 된다. 이 중 윗부분의 맑은 부분이 청주가 되고, 아래쪽의 지게미 층을 체에 거르면 막걸리가 된다. 보통 막걸리는 세워서 보관하게 되는데, 병을 세워두면 막걸리 중에서도 층이 자연스럽게 나뉘게 된다.

나는 막걸리를 마실 때 처음부터 흔들지 않고, 먼저 개봉해서 윗부분의 맑은 부분부터 맛을 본다. '해창 생막걸리 9도'는 맑은 윗부분의 색깔이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조심스레 윗부분만을 따라 맑은 부분을 마셔보니 산미가 가장 먼저 느껴졌다. 다른 막걸리들은 일반적으로 단맛이 강한데, 단맛보다는 포도주에 가까운 시큼한 맛이 확 느껴졌다.

이후 잘 섞어서 다음 잔을 따르니 질감이 상당히 끈적하게 잔으로 흘러내렸다. 이번에도 단맛은 다른 막걸리들에 비해 크지 않았고, 대신 쌉싸름한 풍미와 담백함이 아주 묵직하게 들어왔다. 어쩌면 좀 드라이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나는 이점이 오히려 좋았다. 탄산 느낌도 과하지 않았다. 시중에 판매하는 대부분의 막걸리가 아스파탐 등의 합성 감미료가 첨가한 것에 비해 '무감미료'를 강조하며 원재료로 정제수, 찹쌀, 멥쌀, 누룩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보통 막걸리를 마시면 숙취가 심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기본 재료 이외에 여러 첨가물이 들어가서 그런 것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떤 술이든 많이 마시면 다음 날이 힘들다.) '해창막걸리'는 '무감미료'와 해남의 맑은 물과 최상급의 국내산 원재료를 앞세워 전통주의 고급화를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듯하다.

해창막걸리는 9도짜리 이외에 12도, 18도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도수가 올라갈수록 찹쌀의 비율을 높이고, 가격도 훨씬 더 높게 책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술이라 명절 때 먹는 전통 음식들과 궁합은 아주 좋았고, 너무 달지 않다 보니 해산물과의 조합도 꽤 좋을 것 같다. 선물 받은 3병 중 남은 한 병은 굴전이나 해물파전과 함께 마셔봐야겠다.

 

Brand Story

전라남도 해남군의 '땅끝마을'에 위치한 '해창 주조장'은 1927년 당시 일본인이 지워 놓은 정미소와 창고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오병인 대표가 4번째로 주조장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제품군으로 알코올 도수에 따라 해창 생막걸리 6도, 9도, 12도 등 3종을 상시 생산하고 있고, 9도, 12도 제품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주문도 가능하다. 6도 제품은 유통상의 문제로 주조장에서만 판매가 되는 것 같다.

전통주의 프리미엄화에 앞장서고 있는 '해창 주조장'은 '롤스로이스 막걸리'라는 별칭을 붙여 18도 막걸리를 11만 원에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제품 라벨의 '롤스로이스' 그림도 '허영만' 화백이 그려 더욱 화제였다. 제품은 한 때 품귀현상을 일으키며 주류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동시에 과연 막걸리 한 병이 11만 원의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오병인 대표의 고급화 전략은 명확하다. 이후 '해창 막걸리 아폴로‘라는 이름으로 21도짜리 막걸리를 도자기 병에 금 한 돈으로 ‘해창’ 글자를 새겨 넣고 110만 원의 금액을 책정했다. 앞으로 '해창 주조장'은 막걸리에 더해 증류주에도 도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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