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든 단 한 번의 시도
'라이프' 잡지사에서 '필름 인화 담당자'(Negetive Asset Manager)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의 일상은 너무나도 고단하다. 엄마의 새로운 아파트에 피아노를 옮기는 것부터 회사에 짝사랑하는 싱글맘에게 인터넷 매칭 사이트로 접근을 시도하지만 그조차도 쉽지가 않다. 이런 팍팍하고 지질한 삶 속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공상이다. 상상 속에서 그는 슈퍼 히어로로 변신하기도 하고, 사랑을 쟁취한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은 결국 소심한 중년 아저씨일 뿐이다.
그러던 중 자신의 터전이던 '라이프'는 지면으로서의 잡지의 시대에 종말을 선언하며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라이프' 지의 마지막 이슈를 장식할 표지는 전설적인 사진작가 '숀 오코넬'이 보낸 "삶의 정수"가 담긴 25번째 필름으로 정해져 있었고, 그의 필름은 오직 '월터 미티'에 의해서만 확인할 수 있고, 표지에 실릴 수 있다.
하지만 '숀 오코넬'이 '월터 미티'에게 보낸 필름에서 "25번째 필름" 사라졌다.
'월터 미티'는 자신의 모든 것과 '라이프'지의 마지막 이슈의 완성을 위해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부수고 한 걸음 밖의 세상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나의 흔적을 쫓아간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모험
'숀 오코넬'의 흔적과 그가 남긴 단서를 추적하며 '월터 미티'는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아프가니스탄'까지 전 세계를 모험하게 된다. '그린란드'에서 주정뱅이 비행사가 운전하는 위험천만한 헬기에 탑승하고, 헬기에서 배로 뛰어내리고, 다시 배를 타고 '아이슬란드'로 이동하니 폭발하는 화산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일상을 돌아오지만, 현실에서 그를 맞이한 건 해고 통지였다. '숀 오코넬'이 월터에게 남긴 선물을 어머니에게 겨우 건네받은 뒤 그는 '숀 오코넬'을 찾아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난다. 드디어 그를 만나 '25번째 필름'의 정체를 묻는데 그 사진은 '숀 오코넬'이 선물한 지갑 안에 있었다. 그 순간 '숀 오코넬'은 평생을 기다려 담으려 했던 눈 표범을 발견하지만 카메라 뷰 파인더를 통해서 월터에게 보여주고 사진을 찍지 않고 감상만 한다. 월터가 사진은 언제 찍을 거냐 묻자 그는 그냥 이 순간에 머물고 싶어 찍지 않을 거라 한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소년들과 공놀이를 하고 돌아온다.
돌아온 그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자신의 세상을 깨기 위해 단 한 번의 위대한 걸음을 내디뎠던 그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재미있고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코미디를 이해하는 진짜 배우이자 연출가 '벤 스틸러'
우리나라에선 유독 개그맨을 배우와는 다른 직업으로 분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짐 캐리, 벤 스틸러 같은 배우들을 보면 그저 위대한 배우이고, 단순히 웃기는 역할만을 잘하는 게 아닌 코미디 장르를 가장 잘 이해는 배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코미디 연기로 유명한 배우들이 진지한 연기를 할 때, 명연기를 펼치거나 명작이 탄생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트루먼 쇼>의 '짐 캐리'나 <펀치 드렁크 러브>의 '아담 샌들러' 혹은 <버니>의 '잭 블랙'의 경우가 그랬다.
이 영화에 '벤 스틸러' 또한 다르지 않다. 다소 과장된 모습을 펼쳐야 하지만, 웃기기만 하지 않는 절제된 연기가 너무 출중했다. 게다가 이영화의 연출까지 맡았다고 하니 그의 재능과 감각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연출면에서도 어느 한 곳 흠잡을 곳 없이 좋았다.
그린란드에서 헬기에 오르기 전 'David Bowie'의 <Space Oddity>를 삽입해 '월터 미티'의 도전과 모험을 만들어낸 장면과 '아이슬란드' 화산 씬에서 양손에 돌을 묶고 스케이드 보드로 산을 내려오던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였다.
'월터 미티'의 상대역으로 '셰릴 호프만'을 연기한 '크리스틴 위그'와 미스터리 한 전설의 사진작가 '숀 오코넬' 역을 맡은 '숀 펜'의 연기도 돋보였다. 얄미운 역할에 특화된 '아담 스콧'의 연기도 일품이다.
"STOP DREAMING START LIVING"
영화 포스터에 담긴 저 한 문구에 담긴 한 마디로 이 영화의 메시지는 충분히 표현되는 듯하다. 가장 판타지스럽지만, 현실적이었던 이 영화는 때론 현실에 지치고 도피하고 싶을 때, 때론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그 어느 때에도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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