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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log/보고 들은 것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Review : 26년만에 돌아온 청춘의 바이블. 압도적 전율에 추억을 더하다.

스포츠맨십과 청춘을 설명하는 유일한 단어 '슬램덩크'. 그 시절의 내가 있다.


코로나 이후 영화를 소비하는 형태가 많이 변화했다. 영화관을 직접 찾기보다는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주로 접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영화관을 방문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사이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영화 관람에 드는 비용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40대 아저씨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DUNK).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쓴 농구 만화 <슬램덩크>는 1990년 일본 만화 잡지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를 시작하여 1996년 까지 이어진 작품으로 한국에선 1992년 '주간 소년챔프'에 연재된 후 총 31권으로 엮인 단행본으로도 발행되었다.
그 당시에는 만화와 비디오를 대여해주는 전문점이 동네마다 있었는데, '소년챔프'가 발매되는 날이면 예약을 받아 대여를 할 정도로 <슬램덩크>의 인기는 대단했다.

<슬램덩크>는 완성도 높은 농구에 대한 사실적 표현과 청춘 만화로서의 서사도 뛰어나 전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 시대 최고의 만화 중 하나로 늘 손꼽힌다. 누적판매부수는 1억 2천만 부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고, 잡지 '다빈치'에서 만화가, 평론가, 서점 직원, 독자 등 총 8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만화 역사 50년 중 만화 랭킹 1위,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 1위에 뽑히는 등 일본 만화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또, 2019년 프랑스 언론 '르몽드'에서 발표한 '일본의 걸작 만화 20 선'에도 선정될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큰 인기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런 작품이 26년 만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이 된다고 하니 그 시절 <슬램덩크>를 보며 자란 30~40대 남성들은 기꺼이 영화관을 향하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피드에 개봉 첫날부터 관람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북산의 상징색인 검은색과 붉은색 조합의 조던 농구화를 신고, 손목아대를 착용한 인증샷들이 넘쳐나는 중이다. 다들 이번 겨울 방학 시즌에 아들과 함께 혹은 그 시절 만화를 함께 봤던 친구들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하겠다고 하며, 언제 보는지의 문제가 아닌 몇 번을 볼지 고민하는 'N차 관람' 챌린지도 펼쳐질 전망이다. 이 작품의 감독과 각본을 담당한 원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20대에 시작한 <슬램덩크>가 이제 <배가본드>, <리얼>을 거쳐 50대에 접어든 작가가 자신의 인생과 명성을 걸고 다시 한번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해 낸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 만화를 통해 '스포츠맨십'과 '청춘'을 이해한 우리 세대에겐 그저 개봉만으로도 감사한 작품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송태섭'을 시작으로 펜 드로잉으로 북산 고등학교 농구부 주전 5명의 인물이 스케치되면서 코트 위를 걸어 나오는 듯 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포인트 가드 '송태섭'이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점인데, 초반부도 '송태섭'의 가족사로 시작해 '송태섭'을 중심으로 '정대만'과의 에피소드, 주장 '채치수'의 리더십과 부담감, 에이스 '서태웅'의 각성과 '강백호'등 주요 캐릭터의 성장 스토리가 메인 스토리인 산왕공고와의 시합 중간중간에 녹아들어 있다.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또한 수십 년 동안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을 정독한 올드팬들의 기다림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결말에 새로운 긴장감을 넣어주었다. 농구는 포인트가드로 부터 공격이 시작되고, 코트 위에서 전반적인 경기 운영을 담당하기 때문에 No. 가드 '송태섭'의 시선으로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복기할 수 있도록 한 설정은 충분히 납득이 갔다. 이외에도 원작과 다른 부분은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주로 만화에서 코믹적인 요소는 다소 줄였고, 그 사이에 북산고는 물로 산왕공고의 각 인물들의 배경이야기가 일부 추가되었다.

원작에서 긴장감을 극대화했던 작법으로 유명한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이 시대의 첨단 CG 기술과 만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새로운 걸작으로 재탄생했다. 애니메이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운드, 조명(밝기), 모션 등의 장르적인 기법이 더해져 농구라는 스포츠 장르에서 표현할 수 있는 다이내믹함을 극도로 연출해 그야말로 압도적인 몰입감과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경기 종료 마지막 1분은 만화 속 장면의 일부 그대로 삽입하여 그 시절 만화책으로 이 작품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주요 장면에서 화면 분할에 만화적 편집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기도 하고, 인물들의 땀은 흰색 물감을 사용해 회화적으로 섬세한 터치감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 스토리에 빠져드는 동시에 예술적 감각에도 시각적으로 너무나 완성도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강백호'의 위닝샷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 '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 장면이 등장하기 전까지 모두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영화관 내에서는 그 누구도 쉽게 숨을 내뱉지 못할 정도로 몰입감 있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짧은 에필로그에 이어 엔딩 크레딧이 올려가는 와중에도 쉽게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쿠키영상은 없지만, 나를 포함해 영화관에는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 아재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관람한다면 그 정도는 서로 모른 척하는 여유와 에티켓이 필수다.

오늘은 혼자였지만, 2회 차 관람엔 아들과 혹은 옛 친구와 함께 보고, 5분도 안돼 지칠 테지만 농구공을 들고 근처 학교 운동장을 찾아가 보려 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
평점
9.0 (2023.01.04 개봉)
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출연
강수진, 신용우, 엄상현, 장민혁, 최낙윤, 고창석, 카사마 준, 카미오 신이치로, 키무라 스바루, 미야케 켄타, 사카모토 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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