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사쿠이시 만화 <BECK> Review : 성장물 밴드 음악 만화. 2000년대 일본 만화 추천

기본정보

제목 : BECK (벡)
작가 : 해럴드 사쿠이시(ハロルド 作石) / 본명 - 사쿠이시 타카히로(作石貴浩)
연재기간 : 2000년 8월 - 2008년 11월 / 월간 소년 매거진(일본)
국내발매 : 학산문화사 / 총 34권

줄거리

평범한 중학생 '다나카 유키오'가 '미나미 류스케'를 만나 <BECK>이라는 밴드를 만들면서 세계적인 록 밴드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전 세계적인 록 밴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무명의 가난하고 배고픈 인디 밴드들의 생활에서부터 지역 클럽에서의 소규모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구로 발전. 이어서 해외진출의 과정까지 비교적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주인공인 '유키오'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인물이며, 전설의 밴드의 유작을 홀로 듣게된다는 만화적 설정이 있지만, 그 외에 밴드가 결성되고 발전해 가는 과정을 악기를 고르고 시작하는 모습부터 오랜 기간의 연습 과정을 거쳐 점점 실력이 향상되고, 악기를 구하거나 연습실을 빌리기 위해 알바를 하는 등의 현실적인 모습은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도 큰 공감을 이끌어 냈다.

감상평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음악 장르를 꼽으라면 단연 '록' (Rock) 음악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처음 접했던 Rock 밴드의 음악들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자유와 해방의 도구였다.
Nirvana, Metallica, OASIS, Led Zepplin, Blur, Queen, The Beatles 등의 외국 밴드는 물론 넥스트, YB 등 수많은 록밴드와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BECK>은 비록 대중적으로는 마이너한 소재일지라도 나에게 너무 친숙하고 반가운 작품이었다. 단행본의 표지를 전설적인 앨범들의 표지를 오마주 하기도 하고, 작품 내에서도 곳곳에 실제 록밴드의 모습이나 언급을 통해 음악에 대한 진심을 그대로 작품에 싣고 있어서 <BECK>을 보는 내내 그들의 음악이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그 시절 Metallica의 앨범을 자장가로 들어본 경험이 있는 록마니아들에게는 선물과 같은 작품이었다.
물론 '록' 음악에 대한 배경 지식이나 관심이 없더라도 담담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성장 드라마로써의 스토리나 몰입도는 충분히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다. 현재까지 발행누계 부수가 1,500만 부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애니메이션과 원작만화를 토대로 영화화까지 될 정도니 일본 내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게다가 2019년 프랑스 대표 언론사인 '르몽드'에서 발표한 '일본의 걸작 만화 20개의 작품'에 '드래곤볼', '슬램덩크',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아돌프에게 고한다', '데스노트', '몬스터' 등과 함께 선정됐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는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마 선정된 20개의 작품 중 국내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낮은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작품에서 'BECK'이라는 밴드의 성장에 가장 큰 계기가 되는 무대는 역시 대형 록페스티벌이다. 전체 내용을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전반부는 일본 내에서는 최고의 밴드로 성장하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밴드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사건은 일본 최대 록 페스티벌인 '그레이트풀 사운드'와 '우드락 페스티벌'을 모티브로 한 '아발론 페스티벌'이다.
밴드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이고, '유키오'의 목소리가 신이 내린 보이스 정도로 묘사되고 있어서 사운드가 있는 장르로 표현이 된다면 과연 어떨지 계속 상상을 하면서 이 작품을 읽었다. 이후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영화가 개봉했지만 나는 둘 다 보지 않았다. 아니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떤 식으로든 '유키오'의 보컬이나 'BECK'의 사운드에 실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외면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2010년 개봉한 동명의 실사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노래는 부르는 장면을 모두 묵음(mute)으로 처리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나와 같은 독자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예전보다 음악시장은 더욱 커지고 다양해졌지만, 대세는 힙합과 아이돌인 시장에서 밴드 음악은 더욱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듯하다. '록' 마니아로서는 안타깝기만 한 현실에서 정말 만화처럼 최고의 밴드로 성장한 <BECK> 은 더욱 소중한 작품으로 나에게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