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부터 '쉬다이닝'을 통해 '원서의 하루'라는 서비스를 구독 중이다. 지금까지 시도해봤던 여러 가지 영어 구독 서비스 중 가장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올해도 연간 구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매일 8시에 카카오톡으로 영어 원서의 일부를 해설과 함께 보내준다. 2달에 영어 원서 한 권을 완독 하는 구성인데, 2023년 1~2월의 원서로 'My Salinger Year'라는 책이 선정되었고, 그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있다고 해서 보게 된 '마이 뉴욕 다이어리'
작가가 되고 싶은 햇병아리 뉴요커의 팍팍한 성장기
시인을 꿈꾸는 '조안나 래코프'(마가렛 퀄리 분)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에 CEO '마가렛'(시고니 위버 분)의 조수로 입사한다. 이 에이전시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를 담당하고 있었고, 조안나는 샐린저에게 온 팬레터에 정해진 매뉴얼대로 응답하는 것이 주요 업무지만, 조안나는 자신의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
'조안나 래코프'는 원작 소설의 작가이니 아무래도 자전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로 작가가 근무했던 에이전시는 'J.D. 샐린저' 이외에도 '윌리엄 포크너'와 <위대한 개츠비>를 쓴 'F. 스콧 피츠제랄드'도 함께 소속되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이야기 구조는 꿈을 찾아 뉴욕에 온 청춘의 성장기로 다소 뻔한 소재인데, 은둔 작가와 미국 문학계의 이단아로 유명한 'J.D. 샐린저' 직접 대면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넣어 극의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도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호밀밭의 파수꾼'(1951년 작)은 출판 당시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홀든 신드롬'이 생겨났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처럼 위선적인 기존 사회에 저항하고 본연의 가치와 순수를 찾으려는 청소년들의 성장통은 출간된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명실공히 스테디셀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나 또한 대학시절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무언가 가슴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격한 감정을 느꼈었던 강렬한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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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CEO를 연기한 시고니 위버는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바타 : 물의 길>에서도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미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다. 국내엔 <에일리언>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액션 이미지가 강한데 <마이 뉴욕 다이어리>에서는 또 다른 스타일의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주인공 조안나 역을 맡은 마가렛 퀄리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발견한 배우인데, <사랑의 블랙홀>, <그린카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허디슨 호크> 등 90년대 로맨틱 코미디에서 맹활약했던 '앤디 맥도웰'의 막내딸로, 샤넬의 뮤즈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을 만나지 못한 듯하나 앞으로도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그럴만한 비주얼이긴 함)
이 둘의 관계성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게 하긴 하나, 캐릭터나 영화 스타일 상 두 인물의 대립관계나 사건이 그렇게 극적으로 치닫진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영화는 초중반 에이전시의 조수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정한 뉴욕커로 거듭나며 아메리칸드림을 이룰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조안나'가 작가로서의 꿈을 향해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조안나’의 시점에서만 묘사되는 ‘샐린저’는 미스터리하게 그려지지만, 유독 '조안나'에게만은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에이전시의 조수로서의 역할만을 요구하는 '마가렛'과는 달리 '셀린저'는 '조안나'의 꿈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작가는 결국 써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90년대 뉴욕 배경에 구현하기 위해 의상, 미술 등 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후반부 호텔 로비에서 모두가 춤을 추는 장면은 살짝 <라라랜드>가 떠올릴 만큼 인상적이었고, 중반부 대학홀에서 클라리넷으로 드뷔시의 '달빛'이 연주되는 장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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