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지인분의 부친상 조문 답례로 받은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 시대 최고의 문장가로 불리는 김훈 작가님의 신작은 여전히 군더더기 없이 곧고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초'와 '단'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설정해 놓고, '말'에게 '말'을 걸어 쓰인 기록으로써의 역사와 '말'을 통해 전해지는 기억으로서의 역사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나하'라는 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각각의 지역으로 선명한 경계를 두고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대립되는 문화는 서로를 넘나들면서 경계를 무너뜨리고 결국 하나로 합쳐지고 소멸되는 과정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소설 속에서 무언가를 지켜려고 했고, 가지려고 했고, 경계를 만들고자 했던 이들은 결국 그것 때문에 사라졌다.
'초' 나라는 지금까지 가장 큰 제국을 만들었던 몽골을 떠올리게 했다. 초원 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도 세상의 경계를 무너뜨렸던 칭기즈칸의 무덤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한 점 또한 그랬다.
'단'은 무수히 만들어지고 사라졌던 역사 속의 문명들의 흥망성쇠의 패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야백'과 '토하'라는 다른 혈통의 말들을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제목에서의 달리는 ‘말’이란 중의적 표현을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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