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카 오사무 <붓다> Review : 일본 '만화의 신'이 남긴 불교입문서

붓다 신장판 박스세트(전10권)

테즈카 오사무 만화 『붓다 신장판 박스세트』. 노예 신분을 숨기고 권좌에 오른 차프라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힘의 논리가 그의 신생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한편, 카필라바스투에서는 그토록 기다리던 왕자가 탄생하는데…. 거장이 그린 석가모니의 생애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

테즈카 오사무

출판

학산문화사

출판일

2015.07.23

작품 정보

석가모니의 생애를 서사시적으로 그린 일본의 역사 만화. 작가는 데즈카 오사무. 1972년작 총 10권

데즈카 오사무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역대 No.1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작으로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작품이다. 일본에서 데즈카 오사무 총 400여 권에 이르는 전집이 발간되었을 때 대미를 장식하는 제일 마지막시리즈로 실렸다. 팬들 사이에서 과연 데즈카 오사무의 최고의 걸작은 무엇인가를 따질 때 <불새>와 함께 진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무교인척 불교를 믿는 사람을 위한 불교 입문서

종교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무교라고 답을 하곤 하지만 늘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부모님께서 불교를 믿으셔서 어릴 시절부터 절에 가는 것이 익숙했고, 초등학교 방학 때는 형과 둘이서 절에서 며칠을 지낸 적도 있었다. 나에게는 가장 익숙한 종교여서 불교라고 답을 해야 하나 고민을 잠시 하면서도 결국엔 무교라고 답을 하곤 했다. 불교에 대해서 너무 아는 것이 없었기에 자신 있게 나의 종교라고 답을 하기 어려웠다.
이 작품은 인도 석가족의 왕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붓다('깨달은 자'라는 뜻)가 되는 과정과 그의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 만화로 다루기엔 다소 무겁고 어려운 종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작품 곳곳에 작가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녹아있어 총 10권의 단행본이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작가는 후기를 통해 이 작품은 석존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지만,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고 내용에는 상당한 픽션을 가미했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불교의 올바른 해석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단서를 남겼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만화라는 장르적 측면을 가장 잘 살렸다고 생각되며 나에게는 가장 쉽게 불교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죽음의 공포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한 붓다의 고민은 결국 그를 왕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항상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서 살게 하였다.
오랜 수행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자로서 자연의 가르침을 보다 널리 퍼뜨려 세상을 구원하고자 인간 붓다의 삶과 불교의 핵심 교리를 작품 전체를 통해 충분히 전달하였기에 문예 춘추 문학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대해서는 실제 불교 경전에 나오는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이고 또한 정통 불교의 전승과는 다른 면이 많아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10권을 모두 읽고 나니 실제로 붓다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이 작품은 나에게 불교 입문서로서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

일본 만화의 아버지 : 데즈카 오사무

1928년 일본 오사카 출생. 일본의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태평양 전쟁 이후 소멸직전의 일본 만화를 다시 부흥시킨 인물이다. 당시 신문에 실리는 4컷 만화나 만평 위주의 만화를 잡지에 연재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일관된 주제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토리 만화'라는 장르를 확립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어린이가 읽는 만화에 비극을 최초로 집어놓아 만화에 문학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산업적으로는 일본 만화 업계에 어시스턴트 제도를 최초로 도입하여 일본의 만화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의 정점에 이르기까지의 초석을 다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반면,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저임금 구조가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 지적하는 입장도 있는데, 이는 어시스턴트 제도 도입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본이 겪고 있는 잃어버린 30년 이후 고착화된 일본의 전반적인 산업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가 남긴 작품으로는 <불새>, <블랙 잭>, <철완 아톰 시리즈>, <붓다> 등 대표작만 해도 손에 꼽을 수가 없으며, 만화만 해도 총 6~70편에 이르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1989년 향년 60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가장 뛰어난 만화를 선정, 시상하는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이 1997년부터 아사히 신문사의 주관하에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