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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log/보고 들은 것

[영화 리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오펜하이머’ : 과학, 정치, 그리고 인간성의 경계에서



영화는 때로 우리에게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것을 선사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그런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전기 영화를 표방하지만 단순한 사실의 열거를 넘어 인간의 내면과 시대의 긴장감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베트남 출장을 다녀오며, 기내 엔터테인먼트도 없는 저가 항공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다가 2023년 개봉 당시 보지 못했던 ’오펜하이머‘를 넷플릭스에서 다운받았습니다. 18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이 오히려 긴 비행시간을 견디게 해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시작했는데 영화는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이제는 수식어가 필요없는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죄로 평생 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를 언급하며 영화를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오펜하이머 평전의 제목이 ‘아메리칸 프러메테우스’이기도 하죠.

시대를 뒤흔든 천재, 그의 내면 풍경


영화는 이른바 ‘맨하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하였고 그 프로젝트를 이끈 오펜하이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킬리언 머피가 연기하는 J.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단순한 과학자가 아닙니다. 그는 한 시대의 양심이자 딜레마의 중심에 선 인물입니다. 영화는 그의 삶을 마치 한 편의 정치 스릴러처럼 풀어냅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오펜하이머의 과거와 현재, 그의 업적과 내적 고뇌를 교차해서 보여줍니다.

긴장감을 만드는 예술적 장치들


제가 이 영화의 가장 놀라웠던 점은 바로 사운드입니다. 루디거 프란츠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이야기 자체가 됩니다.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폭발적인 음악은 관객의 심장박동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영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뒤바꿔 흑백과 컬러를 넘나드는 시각적 연출은 마치 오펜하이머의 복잡한 내면을 은유하는 듯합니다. 때로는 무음과 강렬한 사운드의 대비를 통해 시각과 청각 등의 모든 감각을 끌어드려 정치적 스릴러의 긴장감을 표현합니다.

촬영 기법에 있어서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초반부는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을 보여주다가 후반부는 2개의 청문회를 기반으로 인터뷰를 비롯한 주관적 시점을 혼합하여 더욱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킵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앙상블도 더욱 영화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과학자, 군인, 정치인 등 주요 캐릭터들이 각자의 직업과 역할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는 내적 갈등과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역사를 넘어, 인간을 성찰하다


“오펜하이머"는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과학의 경계, 윤리적 선택, 그리고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원자폭탄 개발이 가진 과학적 성취와 파괴적 잠재력 사이의 균형,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를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수상한 이 작품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Information

-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로버트 다우니 주니우, 맷 데이먼, 플로렌스 퓨, 조쉬 하트넷 등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스릴러, 드라마, 전기물, 정치
- 추천 대상: 역사, 정치, 과학에 관심 있는 관객
- 러닝타임: 180분

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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